취미/독서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21.08.07

U.N.nwonk 2021. 8. 7. 04:17

< 마음의 방치 >

행위는 정신을 지배한다.

눈물을 참는게 습관이 되면 나 스스로 '나는 지금 힘든 게 아니다' 라고 속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마음은 그렇게 방치되고, 어느 날 완전히 고장나버렸을 때 왜 이런지도 모르게 고통을 호소한다.

나를 들여다보고 챙긴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그렁그렁 맺히는 눈시울도 몸이 내가 들어줬으면 하는 중얼대는 혼잣말이고, 펑펑 쏟는 오열은 내가 나에게 외치는 구조신호다.

 

< 침묵의 말 >

가슴에 묻다. 가슴에 품다. 침묵의 말들이다.

언뜻 닮은 듯하지만, 정서적으로는 꽤나 먼 친구들이다.

묻고 가는 것들은 아픔의 정서를 띄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의 속성을 띈다.

묻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려는 모습이

품고, 내삶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분명한 건 두 표현 다 '차마 어쩌지 못해' 내리는 결정들이라는 것이다.

마음 깊이 잊어야 하지만 그리되지 않는 것들을 묻고

키우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들을 품는다.

 

<감정의 탄생>

감정이 비처럼 내린다.

감정이 끓는다.

감정이 탄생하는 순간을 보다보면, 확실히 단어의 속성이 더 와닿는다.

'분노'와 '용기'는 끓는 것처럼 서서히 아래에서 위로 올라온다.

그렇기에 치밀어 오른다, 샘솟는다 라고 말하곤 한다.

점차 쌓이고 쌓여 일정 선에 도달하면 '펑' 하고 터진다.

삐짐과 짜증은 끓고있는 물, 분노는 흘러넘치는 물과 비슷하다.

 

용기는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분노는 대체로 돌격해서 결국 되돌아오지만

용기는 돌격해서 새로운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사랑과 행복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감정이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햇살과 같이 쏟아져 내린다.

슬픔도 이와 비슷하다.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똑같이 쏟아져 내려, 젖어드는 성격이 비슷한게 묘하다.

이렇기에 행복하다가도 슬픔이라는 비에 젖고, 슬프다가도 행복이라는 햇살에 사르르 녹는게 아닐까

반응형